Archer, 파울로 코엘료

취미 생활/책|2022. 5. 24. 09:54

어찌 보면 시집이라고 까지 할 수 있는 아주 짧은 책이었지만, 삶에 대한 저자의 고찰을 문장 하나하나 엿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꼭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정보를 담은 책 뿐 아니라 누군가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독서도 굉장히 즐겁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다. 곧 까먹고 말 테지만..

 

책은 어떤 마을에서 목수로 일하고 있는 세기의 명 궁사에게 궁도를 수련하는 누군가가 찾아오면서 시작되고, 명 궁사가 궁도와 삶에 대해 마을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형식을 띈다. 

 

이후 궁도를 이루는 모든 요소에 대해 고찰한다.

  • 동료
  • 활, 화살, 표적, 자세
  • 화살을 잡는 법
  • 활을 잡는 법
  • 활시위를 당기는 법
  • 표적을 보는 법
  • 발시의 순간, 반복
  • 날아가는 화살을 주시하는 법
  • 활과 화살과 표적이 없는 궁사

 

표면으로 드러나는 궁도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활, 화살, 표적 등 모든 단어들이 은유적으로 삶의 일부분을 표현한다. 

 

또한 의외였던 것은, 궁도(와 삶)를 고찰함에 있어 그 주체가 되는 자신의 신체와 도구(활과 화살, 표적)에 먼저 시선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동료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는 점이었다. 

 

내 일견으로 저자의 은유들을 이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활에 화살을 걸어 시위를 당겨 표적을 맞춘다. 

단기적이건 장기적이건 우리 삶에는 항상 목표가 있다. 일차원적으로 이해해보자면 삶은 화살을 쏘는 행위와 같다. 

 

활은 활력의 근원이고 힘을 담고 있다. 화살은 목표를 향해 떠나지만 활은 내 곁에 있다. 

항상 팽팽하게 시위가 당겨진 활은 오래 쓰지 못하며, 無爲의 시간이 필요하다. 

항상 꼭 필요한 힘만 들여 시위를 당겨야 오래 활을 사용할 수 있다. 

 

삶에서 활은 무엇일까?

나 자신이라고 하기엔 별개이고, 

따로라고 하기엔 종종 내 팔의 연장이 된다. 

책을 다시 펼쳐보니 저자의 글에서 비슷한 답을 찾았다.

 

활은 사유의 연장이다. 

 

화살

화살은 나의 의도이다. 표적을 맞추려는 의도를 가지고 나를 떠나간다.

화살을 놓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시위를 당기는 자세가 마땅찮았거나,

실수가 두려워서이다. 

 

'의도'를 담고 한번 떠난 화살은 돌아오지 않기에 

의도가 옳다고 해도 발시의 자세가 잘못되었다면 화살을 놓아주어서는 안된다. 

 

실수가 두려워서 주저한다면 두려움을 내려놓아도 된다. 

화살을 3천번 쏘면 3천번 모두 다른 길을 따라 가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표적

표적은 곧 목적이다. 활을 쏘는 목적이자 삶의 장, 단기적 목표이다. 

재미있는 점은 표적을 선택하는 것이 궁사 그 자신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 

 

또 하나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은 몰입에 대한 나의 오해이다. 

나는 목표지향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몰입이란 목표에 대한 집중이고

세상에 목표와 나만 남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스쳐간 생각을 남기자면 어쩌면 몰입은 세상에 목표와 나만 남는 것이 아니라

주변 모든 것에도 오히려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화살은 활을 떠나게 되면 비와 바람처럼 내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요소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책의 뒷부분들 - 더 디테일한 자세와 화살을 집는, 의도를 마주하는 법들에 대한 은유는 

한번 읽어서는 와닿지 않았기 때문에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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