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염좌 #1> 발목 염좌란 무엇일까요?
대대에서 진료를 보다 보면 (저희 대대는 대대 치고는 사람이 많아 700명 정도 인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
가장 많이 보게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발목 염좌입니다.
아무래도 20대 초반의 활동적인 남성들이 많은 집단이고, 체력 단련이나 훈련의 연속이어서 그런지,
소위 "발목을 삐었다"고 오는 환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던 전공의 시절에는
아무래도 중증 질환을 앓거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 위주로 보았기 때문에 "발목이 삐었다"라고 하면
"어 그거 수술 필요 없는 거 아니야?"
"그냥 보존적 치료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와서 환자들을 보다 보니, 발목 염좌의 증상도 꽤 다양하고 특히 예후가 천차만별이더군요.
나름 전문의를 따고 의기양양했지만 이렇게 간단하고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서도 완벽히 모른다는 것에 자책을 하며 정리를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또한 쓰는 김에 혹시나 블로그를 방문할 의료인이 아닌 방문객들을 위해 최대한 쉽고 자세히 정리를 해보려 합니다.
자, 그렇다면 발목 염좌는 무엇일까요? 왜 다치게 되며, 대체 어디가 다치는 것일까요?
#1. 염좌란 무엇일까요?
염좌란 하면 보통 "인대"가 "늘어나거나", "일부 혹은 전부가 찢어지는" 손상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인대"란 무엇일까요?
우리 몸에는 206개의 뼈가 존재합니다. 이렇게 많은 뼈들이 서로 연결되어있지 않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아무리 내부에 단단한 뼈가 있다고 해도, 서로 연결이 되어있지 않으면 서로 흔들 다리처럼 흔들흔들하고, 인체의 안정성을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러한 "뼈와 뼈 사이의 연결"을 맡고 있는 구조물이 "인대(Ligament)"이며 보통 아주 단단한 섬유성 구조물로 되어 있습니다.
(보통 이야기하는 "힘줄(Tendon)"과는 약간 다릅니다. 힘줄이란 보통 근육이(뼈와 뼈를 연결하는 관절이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뼈에 붙는 부분에서 근육의 중간 부위보다 얇고 단단해지게 되는데, 이 부위를 이야기해요. )
즉, 뼈와 뼈 사이에 비정상적으로 큰 힘이 발생하면, 뼈들을 연결해주는 이 "인대"에 힘이 가해지면서 손상이 발생하는 것을 "염좌"라고 합니다.
#2. 그렇다면, 발목 염좌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입니다. 발목관절에 있는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손상을 이야기합니다.
인대가 찢어지면 꼬메는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러운데, 이는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발목에 있는 어떤 인대가 다치는 걸까요?
그림을 보시면, 발목관절을 이루는 뼈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인대"라는 구조물은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해주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발목에 어떤 뼈가 있는지 알고 나면 어떤 인대가 있는지 알기가 수월합니다.
가장 위에 있는 두 개의 긴 젓가락 같은 뼈 중 두꺼운 뼈가 보통 정강이라고 표현하는 경골(Tibia)이며, 얇은 뼈가 비골(Fibula, 종아리뼈)입니다.
경골과 비골은 아래로 쭉 내려가다 보면 특이한 모양으로 바뀌면서, 안쪽은 마치 집의 지붕과 같은 모양으로 변하게 되면서 그림에서 파랗게 표시한 발목 관절을 이루게 되고, 바깥쪽은 볼록하게 튀어나오면서 "복숭아뼈"라고 하는 톡 튀어나온 부위를 만들게 됩니다.
또한 이 지붕 같은 모양에 딱 맞는 (사다리꼴을 한) 거골(Talus, 목말뼈)가 그 아래에 있고,
다시 거골의 아래에는 우리가 뒤꿈치에서 만져볼 수 있는 종골(Calcaneus, 뒤꿈치뼈)가 있게 됩니다.
그 앞쪽으로는 다시 여러 개의 족근골(Tarsal bone)들을 만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따로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아주 간단하게도 여기에 있는 인대들은 위에 언급된 경골, 비골, 거골, 종골과 여러 발목뼈들을 서로 이어주는 구조물이 되겠지요?
인대의 이름들은 영어로 뭐라 뭐라 굉장히 길고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간단합니다.
인대의 대략적인 위치(앞, 뒤, 얕은지, 깊은지)와
인대가 이어주는 2개의 (혹은 3개 이상의) 뼈의 이름을 나열하고,
뒤에 <인대>라는 단어만 붙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거골(Talus)과 비골(Fibula)을 "앞"에서 이어주는 인대는?
"앞"에서 이어주니까, 한자 앞 전(前) 자를 써서 전(前, Anterior)
거골과 비골을 이어 주니, 한 글자씩 따서 거(Talus) + 비(Fibula)
인대니까 뒤에 인대를 붙여주면? 인대(Ligament)
전 거비 인대, 혹은 Anterior TaloFibular Ligament(약자로 ATFL)가 되는 식입니다.
그럼 발목의 인대들을 위에서부터 살펴볼까요?
두 젓가락인 경골과 비골을 발목 부위 앞에서 이어주는 "전하 측 경비 인대(AiTFL)" (그림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구조물)
뒤에서 이어주는 "후하 측 경비 인대(PiTFL)"가 발목관절 바로 위에 앞, 뒤에 위치하게 됩니다.
아래로 내려가면 중요한 인대들이 나오게 됩니다.
보통 우리가 발목을 다치게 되면 복숭아뼈 아래 부분에 멍도 들고, 많이 아프게 되는데, 그 이유가 바로 발목 인대들이 모두 이 부위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많은 인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림을 조금 단순화시켜 그려보면,
내측(몸의 중심 방향, 안쪽 복숭아뼈 방향, 엄지발가락 쪽)과 외측(바깥쪽 복숭아뼈 방향, 새끼발가락 쪽)으로 나뉘게 되는데
내측에는 약 6개의 인대가 있고 마치 텐트 모양처럼 삼각형으로 퍼져있어서 얘네들을 뭉뚱그려 "삼각인대(Deltoid ligament)"라고 부릅니다.
여기네는 피부와 가까운, 바깥쪽의 4개와 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2개가 있습니다.
바깥쪽의 4개는 앞쪽부터
경골과 (발목뼈 중의 하나인) 주상골을 이어주는 경주상 인대(Tibionavicular ligament)
경골과 목말 뼈를 앞쪽에서 이어주는 전 경거인대(Anterior tibiotalar lig.)
경골과 종골(뒤꿈치 뼈)을 이어주는 경종 인대(Tibiocalcaneal lig.)
뒤쪽에서 경골과 목말 뼈를 이어주는 후 경거 인대(Posterior tibiotalar lig.)가 되겠고
깊숙한 2개는
경골과 거골을 앞과 뒤에서 이어주는
전/후 경거 인대의 deep component가 되겠습니다.
자세히 알 필요는 없지만, 경골과 거골을 이어주는 인대가 4개나 되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만큼 발목 관절에 있어서 경골과 비골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의미 아닐까?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바깥쪽으로 가보면 (바깥쪽 복숭아뼈 아래)
약 3개의 중요한 인대들이 보이는데,
마찬가지로 앞쪽부터 비골과 거골을 이어주는 전 거비 인대(Anterior talofibular lig., ATFL)
비골과 종골을 이어주는 종비 인대(Calcaneofibular lig., CFL)
비골과 거골을 뒤쪽에서 이어주는 후 거비 인대(Posterior talofibular lig., PTFL) 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대들이 발목관절 주변을 둘러싸면서
1. 발목을 안정화시키고,
2. 발목 관절이 원래의 운동방향대로, 원래의 운동범위만큼 (근육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돕게 됩니다.
참고로 특히 중요한 인대들로는..
내측의 삼각인대 중 후방 경거 인대의 deep component => 내측에서 가장 강한 인대입니다.
외측의 전 거비 인대(ATFL) => 가장 약해서 가장 흔하게 손상되는 인대입니다.
또한 그림에서 보시면 알 수 있듯, 목말뼈가 경골에 대해 앞으로 밀리는 것(anterior translation)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발목이 아래로 내려갔을 때(plantarflexion)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외측의 종비 인대(CFL) => 두 번째로 잘 다치는 인대입니다.
수직방향으로 위치하기 때문에, 발목이 평소 position에 있을 때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거비 인대(PTFL) => 외측의 가장 강한 인대입니다.
정리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발목관절"이란 그림에서 경골, 비골, 거골이 이루는 사다리꼴의 관절을 이야기하고,
이 뼈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구조물이 바로 "발목 인대"가 되며, 이것을 다치는 것이 "발목 염좌"가 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렇다면 이러한 발목 인대들은 왜 다치는지? 어떻게 진단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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